Wednesday, November 4, 2020

멋쟁이 희극인 박지선 - 한국일보

그의 강연 영상을 보고 난 뒤에 지난달 ‘삶도’ 인터뷰에 나선 걸그룹 나인뮤지스 리더였던 류세라씨의 하소연이 겹쳐졌다. 인터뷰에서 류씨는 “너는 비율이 왜 그래(키가 168㎝이나 되는데)” “누가 쟤 (살) 좀 어떻게 해봐(이 소리를 안 들으려면 48㎏ 미만을 유지해야 한다)” 같은 비평을 일상적으로 들었다고 한다. 이 때문에 그는 “나조차도 ‘나는 외모가 왜 이럴까, 나는 정말 부족하구나, 나는 사랑 받을 자격이 없구나’ 싶다가 어느 순간 내가 싫어지더라”고 말했다. 일거수일투족이 점수로 매겨지는 연습생 트레이닝 시스템은 실력은 향상시킬지 모르나, 자존감은 떨어뜨리는 환경이었다고 한다. 박지선과 류세라의 삶은 같은 연예계에서도 이렇게 극명하게 대비됐다. (→기사 보기)

박지선의 단단한 자존감은 남다른 가족애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. 2007년 한 누리꾼이 네이버 지식인에 ‘박지선이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’며 외모에 대해 비꼬는 듯한 글을 남겼다. 이에 대해 박지선의 부친은 손수 장문의 답글을 달며 박지선을 향한 애정을 과시했다. 그는 “박지선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여드름 치료를 잘못하는 바람에 피부가 심하게 아팠었다. 그때부터 피부 때문에 학교도 휴학을 할 정도로 많이 힘들었었다”며 “남자 개그맨들도 다 화장을 하고 나오는데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민얼굴로 방송을 하니 더욱 못난이처럼 보인다고들 한다. 사실 박지선은 실제로 보면 못나지 않았다”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.

사실 그는 십 수년 앓아 온 피부병으로 늘 고통 속에 살았다고 한다. 최근엔 그렇게 좋아하던 무대에 설 수 없게 된 절망감까지 얹어졌을 듯하다. 청년들의 주요 검색어가 ‘자존감 높이는 법’이 된 지금 사회에 ‘자존감’을 강조했던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의 부재가 그래서 더 안타깝고 허망하다.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.

강희경 영상사업팀장

[기자사진] 강희경

강희경 팀장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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